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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신용위기가 낳은 `난세의 영웅들`

공포가 압도하는 시기 행동에 나선 용기있는 3인
다이먼 JP모간 CEO, 경영인 생명걸고 베어스턴스 인수
가이스너 뉴욕연은 총재, 베어스턴스 사태 진화 진두지휘
폴슨 재무장관, 처음으로 구체적인 금융개혁 방안 제시
입력 : 2008.07.11 10:45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난세(難世)는 영웅을 낳는다. 그들에게는 공포가 세상을 압도할 때 필요한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있다.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국제 신용위기는 수많은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손실이란 수난을, 금융사 대표와 정책 결정권자들에게는 리더십 테스트라는 시련을 안겨줬다. 난세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대부분은 실패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의 난`의 한 가운데서 영웅 또한 어김없이 탄생했다. 마켓워치는 11일 국제 신용위기가 배출한 세 명의 영웅을 소개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JP모간에는 고결함이라는 피가 흐른다`

JP모간이 지금까지 신용위기로 입은 손실은 98억달러. 적지 않은 금액임에는 분명하지
▲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
만 경쟁사들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경쟁사인 씨티그룹의 경우 손실액수가 400억달러를 넘는다.

다른 금융사들과는 달리 JP모간 체이스가 신용위기 확산의 주범인 구조화 채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결과였다. 이것 만으로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체이스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는 수완이 뛰어난 리더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이먼 CEO는 경쟁사들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표정 관리를 하는 데 급급해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지난 3월17일 신용위기의 풍랑에 좌초한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구조하기로 결정한다.

시장 가치의 10%에도 못미치는 주당 2달러라는 헐값이었지만 베어스턴스의 위험 자산을 모두 떠안는 자칫 다이먼 CEO의 생명을 걸어야 할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현 시점에서 다이먼 CEO의 결정이 혜안인지 도박인지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JP모간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2008년 3월17일이 `세기의 금융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환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월가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재건하는 것을 `모간화(Morganization)`라고 한다. 창립자인 존 피어폰트 모간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없던 시절 월가의 중앙은행 역할을 했을 때부터 JP모간은 일반 은행들과는 차별화되는 전통을 갖고 있다.

금융권 연쇄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었던 베어스턴스 사태를 진화함으로써 제이미 다이먼 CEO는 JP모간이 여전히 한때 `은행 중의 은행`으로 평가받던 자부심으로 숨쉬고 있음을 입증했다.

위기 상황에서 납작 엎드려 있지만 않는 다이먼 CEO의 면모는 지난 8일 다시 한번 발휘됐다. 그는 금융권에 대한 성토장이라고 할 수도 있었던 이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포럼에 참석한 유일한 금융권 CEO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고수익에 눈이 멀어 위험 자산에 과도하게 손 댄 대형 금융사들이 신용위기의 주범임을 시인하고 부실자산을 완전히 상각하는 내용을 담은 새 회계규정을 옹호했다. JP모간 최대 고객 중의 하나인 사모펀드 `빅4` 블랙스톤을 적으로 돌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은총재..`은둔의 2인자` 70년 장벽을 허물다

▲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은 총재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없었다면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도 없었고, 신용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 또한 면할 길이 없었다. FRB가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를 중재한 뒤에는 가이스너 뉴욕 연은 총재가 있었다.

베어스턴스 사태가 `초미지급`의 상황에 놓인 지난 3월17일 가이스너 총재는 이용대상이 상업은행으로 한정돼 있던 FRB의 재할인 창구를 투자은행에도 개방한 프라이머리딜러대출(PDCF) 도입을 진두지휘했다.
 
PDCF를 통해 투자은행을 상업은행과 함께 FRB의 소관 하에 둠으로써 가이스너 총재는 글래스-스티글법 제정 이후 70년 가까이 존재해 온 투자-상업은행간 경계를 허물었다.

금융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은둔자의 이미지가 강한 가이스너 총재는 그러나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최측근이자 막후 실력자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학자 출신인 버냉키 의장의 취약점인 시장 감각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47세에 불과한 이 젊은 총재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2인자 자리에 오른 데는 다양한 성장 배경이 한몪을 했다.

중학교를 인도에서 고등학교를 태국에서 각각 졸업했으며 동아프리카와 중국, 일본 등지에서도 거주한 경험이 있는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시절 재무부에서 국제 금융위기 문제를 다룬 국제통이다.
 
벌써부터 벤 버냉키 총재의 뒤를 이어 FRB의 수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금융권에 칼을 대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호평을 받는 것은 베어스턴스 사태 직후(3월말) 내놓은 `금융감
▲ 헨리 폴슨 재무장관
독 개혁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Regulatory Reform)` 때문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는 감독기관을 FRB로 일원화하고 감독 권한을 보다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이스너 총재가 PDCF를 통해 SEC 소관이던 투자은행 감독권한을 FRB로 이양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면 폴슨 장관의 `금융개혁 청사진`은 이행을 위한 세부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상업은행-투자은행의 경계를 허물고 FRB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있었다. 그러나 폴슨의 `금융개혁 청사진`은 말로만 돌던 개혁 방안을 처음으로 구체화해 공식 제안했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받았다.

더군다나 폴슨 장관이 제안한 `금융개혁 청사진`은 대부분의 예상보다 엄격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폴슨 장관이 비교적 느슨한 개혁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재는 게 편일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의 개혁안을 발표, `가재가 항상 게 편인 것은 아님`을 입증했다. 차기 정권이 들어서는 내년 1월 재무장관직을 물러나 금융계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에서도 폴슨 장관은 신용위기가 낳은 영웅으로 추대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멋지군 은행중의 은행이라..